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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씨 친부, 경호원 대동해 얼굴 가리고 나와…묵묵부답

강미숙씨 친부, 경호원 대동해 얼굴 가리고 나와…묵묵부답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6-16 13:56
업데이트 2020-06-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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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법원에 친생자 인지 소송을 내 승소한 강미숙(카라 보스)씨가 12일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며 웃고 있다./연합뉴스
해외 입양인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법원에 친생자 인지 소송을 내 승소한 강미숙(카라 보스)씨가 12일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며 웃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가정법원 판결로 친자 확인
강미숙씨 “단둘이 이야기 좀 했으면”


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친자 인정 소송’을 벌여 승소한 카라 보스(39세로 추정·한국명 강미숙) 씨가 마침내 친부를 만났다. 그러나 강씨의 친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강씨는 전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A씨와 만났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강씨는 A씨의 혼외자식이다.

법원이 A씨를 강씨의 아버지로 인정한 후 첫 만남이다. 그러나 A씨는 이날 가족들이 붙여 준 경호원 2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형식적인 면담만을 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을 쓴 채로 강씨를 만난 탓에 강씨는 A씨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는 강씨의 질문에 “나는 모른다”, “그런 일 없다”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강씨는 “내 말을 아예 듣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매우 적대적인 태도로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강씨가 A씨에게 듣고 싶은 것은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다. 현재로서는 A씨 만이 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지만, 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1983년 충북 괴산에서 버려진 직후의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그는 입양기관 관계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말할 정도로 영민했다고 한다. 연도가 1981년으로 적힌 대목은 의아하다./카라 보스 제공 AFP 연합뉴스
1983년 충북 괴산에서 버려진 직후의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그는 입양기관 관계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말할 정도로 영민했다고 한다. 연도가 1981년으로 적힌 대목은 의아하다./카라 보스 제공 AFP 연합뉴스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강씨는 35년 만인 지난해 우연히 DNA로 입양인들의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A씨의 단서를 찾아냈지만, A씨와 가족들은 강씨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에 강씨는 해외 입양인 중 처음으로 친생자임을 인정받는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2일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벌이고서야 A씨의 주소지를 파악하고 면접 기회를 얻어냈지만, 친부 측은 첫 만남에서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강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 변호사는 “경호원들을 잠시 다른 방에 머물게 하고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다음 만남을 갖고 싶다. 나의 아버지인데,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씨는 금주 중 출국할 예정이다. 여전히 아버지 A씨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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