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리스크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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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평 댓글 0건 조회 297회 작성일 24-09-12 17:06본문
내부거래 리스크 줄이기
레미콘 제조업을 하는 기업집단의 핵심 계열회사가 레미콘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기업 총수의 2세가 최대 주주인 회사로부터 장기간 고가에 구입해 2세의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내용을 접했다. 과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에 관한 내부거래를 담당했던 입장에서 과연 필자에게 제재의 대상이 된 위 레미콘 회사의 거래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먼저 현업 담당자에게 계약체결 방식을 물었을 것이다. 수의계약이라면 수의계약 사유가 무엇인지, 비교해 본 대상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 본다. 현업 담당자는 비교 대상이 된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대체로 이때 입찰절차를 진행했으나 참가자가 한곳이거나 효율성 및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라는 점이 강조되곤 한다.
그 다음 거래상대방이 속한 시장의 특징과 점유율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거래상대방과의 거래 비중도 지원의도나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함께 확인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현업 담당자에게 질문도 하고, 관련 자료를 보충하는 등 검토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가장 중요한 정상가격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현업의 담당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법무담당자가 계약서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며, 직접 관련 시장 조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청하여 받을 수 있는 자료는 비계열사와 비교한 자료나 법인세법상 정상가격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서 정도가 있다. 만약 계약서에 거래단가 관련한 정산조항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비계열사와 비교를 해야 할 것이다. 상상했던 검토자로서 현업의 담당자와 소통과 협력이 잘 되어 계약체결 방식, 정상가격, 거래 상대방의 손익지표나 거래 비중 등의 내용에 관한 설명과 자료가 충분했다면 관련 법률 리스크가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누군가는 공정위 처분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컴플라이언스의 기능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과정은 리스크를 차단하는 기능도 하지만, 혹여 발생할 공정위 등의 조사에 대응하는 회사 측 주장과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컴플라이언스가 모든 위법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만약 그러한 결과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사소하거나 작은 리스크로 회사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회사와 회사 내 구성원들이 컴플라이언스를 경영활동의 안전장치로 자신들의 보호를 위해 작동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활용했으면 한다.
이의규 변호사(법무법인 중앙이평·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