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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팩트체크] 폭설로 항공기 결항돼 출근 못하면 연차 안 쓰고도 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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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평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23-02-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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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막판 제주공항서 모든 항공편 결항…출근 못한 직장인들 연차 내
직장인들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천재지변을 결근 사유로 인정 안해
공무원은 천재지변 때 쓰는 '공가' 있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해당 안된다는 게 통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이아미 인턴기자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제주 지역에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모든 항공편이 결항됐다.

휴가차 1박 2일로 제주를 방문했던 장모(26)씨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예상보다 1박을 더 하게 되면서 25일 밤 서울로 돌아왔다"며 "취소 항공편을 운 좋게 구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제주에 간 친구는) 연휴 바로 다음 날 출근해야 했는데, 수습사원이라 연차가 단 하루도 없었다"면서 "연휴 직후 출장 일정까지 있어 난처했지만 천재지변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사정을 잘 봐주셔서 넘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행기 결항으로 발이 묶여 출근하지 못한 직장인들은 대부분 연차를 내고 무단결근을 피했다.

이렇게 폭설로 인한 항공기 결항처럼 천재지변으로 인해 결근하게 될 때 연차휴가를 안 쓰고도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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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제주행 항공기 줄줄이 결항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제주에 급변풍 특보와 강풍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김포공항 출발 항공편 안내 전광판에 제주행 항공기 결항 표시가 띄워져 있다. 2023.1.24 hwayoung7@yna.co.kr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가 천재지변을 타당한 결근 사유로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연차휴가를 써야 한다.

우선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복무규정에 천재지변이나 교통 두절로 출근할 수 없을 때 유급휴가인 '공가'(公暇)를 인정받아 쉴 수 있게 돼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공무원이 "천재지변, 교통 차단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출근이 불가능할 때" 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가를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가는 연중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인 연가나 질병·부상으로 쉬어야 할 때 쓰는 병가와 다른 별도의 휴가다. 유급휴가여서 임금도 전액 지급된다.

그러나 이는 섬이나 오지 등 외딴곳이 근무처인 공무원을 염두에 둔 조항이라고 인사혁신처는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육지에 살면서 근무지인 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악천후 등으로 배가 뜨지 못해 출근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한 조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내부적으로 천재지변으로 인한 공가에 대해 '대체 교통수단이나 천재지변의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부서장이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기상예보로 악천후가 예상됐다면 공가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공가 승인 여부는 부서장이 판단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부처 간부는 "이번 제주도의 항공기 결항으로 출근하지 못한 동료들 대부분이 연차를 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무원 조직에선 통상 이런 경우를 공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일반 사기업의 경우 사내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회사마다 다르다. 일부 대기업이 공가를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극히 소수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 더 많다.

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는 공가란 개념 자체가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처리하는 기준도 없고, 모두 일선 사업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만약 기업의 자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처리하는 별도 규정이 있다면 그걸 따르면 된다. 따로 규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사측이 결근으로 처리해 임금을 공제하고, 주휴일(1주일간 정해진 근로일을 모두 채워 일하면 주어지는 주 1회의 유급휴일)이나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득이한 결근에 대해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은 구성원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기에 대부분의 기업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 기간을 연차휴가로 인정해주고, 그만큼을 연차일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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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9조(공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는 더 불리하다. 일례로 종업원 10인 미만 사업장은 취업규칙·단체협약 작성이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니다.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을 처리하는 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자에게 유급 연차휴가를 반드시 줘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이런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이 무단결근으로 처리돼 징계까지 갈 수도 있을까? 설령 징계 사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징계가 정당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상태 변호사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출근을 못한다고 사전에 알린다면, 근로자의 고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징계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는 민간 기업 직원도 자연재해로 일을 못할 경우 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례가 있다. 이일우 노무사가 2017년 노동 분야 월간지 '노동법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호주는 '공정노동법'(Fair Work Act)에서 노동자들이 자연재해로 자신이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사정이 생긴 경우 유급휴가나 위로휴가를 얻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을 인정하는 공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연차 혜택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으니 (연차휴가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박은정 정책국장 역시 기존의 연차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근로기준법에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처리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인정하는 것을) 제도화한다면 반드시 근로기준법에 명시해야 효력이 있으리라 본다"면서 "다만 특수고용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까지 법 적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의무적인 규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meteor3021@yna.co.kr

이아미(meteor3021@yna.co.kr

정성호(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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