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9두38572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보조참가인은 상시 근로자 2천500여명을 사용해 분유·유가공제품·커피믹스 및 음료제품 등의 생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원고는 2002년 12월16일 참가인 광고팀에 입사해 2008년 12월22일부터 광고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2016년 12월30일 업무에 복귀하였다. 원고가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이후 참가인은 일주일간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사직 및 다른 부서의 업무로 전보할 것을 원고에게 권유했다. 이후 참가인은 원고에게 ‘참가인 및 타회사의 광고, 식음료 시장 관련 기사 모니터링 업무’ ‘편의점 및 마트 현장조사 업무’ 등을 부여했다. 광고팀과 떨어진 자리의 책상에서 근무하게 하고, 다른 팀원들이 참여하는 광고팀 회의에서도 배제했다. 업무에 대한 보고도 직속 상사인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에게 업무 내용을 출력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결재를 요구했다. 다만 참가인은 원고가 팀장은 아니지만 직급수당은 지급하면서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급여를 지급했다. 원고는 이에 대해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을 했다. 참가인은 원고는 다면평가 등 인사평가 결과가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좋지 않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특별협의대상자로 지정돼 원고와 협의해 광고팀장 보직해임을 결정하고 통보하자, 이에 반발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모두 부당전보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2. 소송의 경과

가. 1심 판단 요지

1심 법원은 참가인 회사 스스로 △‘특별협의대상자’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선정 대상자에게 고지조차 하지 않는다고 자인하고 △특별협의대상자 선정에 내부 근거규정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참가인이 주장하는 특별협의대상자 선정제도가 공개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기업에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특별협의대상자 명단을 사후적으로 작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이 법정진술한 바에 따르면, 직속상사인 본부장도 원고가 특별협의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전혀 고지받지 못하였으며, 원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에 원고의 특별협의대상자 선정을 이유로 참가인 인사팀으로부터 보직해임 이야기를 들은 바도 없다고 했던 바, 이러한 증인의 법정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자 참가인은 일주일가량 원고에게 아무런 보직도 부여하지 않았고, 참가인의 인사팀장은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에게 ‘원고에게 광고팀장 보직을 줄 수 없으니 권고사직을 하도록 원고에게 권유해 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법정에서 ‘원고에게 광고 관련 업무가 아닌 허드렛일을 많이 부여해서 원고를 힘들게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도 증언했다.

이에 1심 법원은 원고에게 부여된 육아휴직 복귀 후 업무는 원고의 경력·직급에 비춰 볼 때 육아휴직 전 업무에 비해 그 업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참가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원고를 광고팀 업무에서 배제할 의도를 가지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고, 부당전보가 아니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판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 2심 판단 요지

2심 법원은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2012년부터 계속 평가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참가인의 특별협의대상자 선정 기준이 객관적인지 여부, 즉 사후에 ‘특별협의대상자’명단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는 하나, 원고는 2012년부터 계속해 다면평가 결과가 나빴고, 다른 부서로부터 업무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원고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며, 2012년부터 원고는 특별협의대상자에 선정됐던 것으로 판단했다. 참가인은 원고가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기 이전인 2015년 11월9일부터 원고의 보직해임을 검토했는 바, 참가인의 인사팀에서 후임을 검토할 무렵 원고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인사팀에서 미리 원고의 육아휴직을 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육아휴직 이전에 이미 원고의 후임 광고팀장이 결정돼 있을 것이었으므로 1심 증인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2심 법원은 원고는 인사발령 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고, 광고팀원으로 근무하면서 수행한 ‘참가인 및 타 회사의 광고, 식음료 시장 관련 기사 모니터링 업무’ ‘편의점 및 마트 현장 조사 업무’가 광고팀 업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근무한 장소는 이 사건 인사발령 전과 동일한 건물인 점 등에 비춰 원고에게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원고의 보직해임 전 2015년 12월21일께 참가인이 원고와 보직해임에 관해 면담했고, 복직한 후인 2017년 1월3일에도 면담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부당전보가 아니라고 본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다. 대법원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19조3항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을 전후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하므로, 사업주는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상 또는 경제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고,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규정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에 비춰 보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19조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해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만약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업주가 위와 같은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해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2022. 6. 30.선고 2017두76005 판결을 인용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본 대상판결에 약 3개월 앞서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불리한 처우’ 및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큰 화제가 되었다(대법원2022. 6. 30. 선고 2017두76005판결).

이 사건 1심 법원은 이 사건 육아휴직 후 전보를 이른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보복성) 전보로 보고, 불리한 처우인지 여부 및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가 부여된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판단하면서 육아휴직 전에 이미 특별협의대상자로 지정됐다는 참가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 사건 전보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전보가 아니라고 보면서 일반 전보발령에서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대상판결의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의 해석을 판단이유로 삼았기 때문에, 이 사건 육아휴직 후 전보가 일단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전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육아휴직 전에 광고팀장으로 ‘광고대행사 관리·신제품 전략수립·광고제작 관리·광고집행 및 관리·산업재산권 관리 업무 총괄’ 및 매주 3회 대표이사에 직접 대면보고를 했다가, 육아휴직 후에는 ‘참가인 및 타회사의 광고, 식음료 시장 관련 기사 모니터링 업무’ ‘편의점 및 마트 현장조사 업무’와 같은 업무를 했는데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라고 판단하였다.

심지어 대법원에 소송 계류 중, 1심 증인인 직속상사였던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의 증언에 대한 물적 증거인 녹음파일까지 언론에 공개됐는데도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에 벗어나거나 남녀고용평등법 19조3항과 4항의 해석 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올해 6월30일 남녀고용평등법에 대한 명쾌한 기준을 제시한 지 3달이 채 되지 않아 선고된 본 대상판결은 심리불속행 기간을 상당히 도과하고 수년에 걸친 검토 끝에 선고됐다고 하기에는 오히려 대법원이 스스로 제시했던 기준보다 후퇴한 것이라 생각돼 매우 안타깝다.

 양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