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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제2빌라왕' 임의경매 예고장에 세입자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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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평 댓글 0건 조회 445회 작성일 23-10-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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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망하면, 수원이 다 망할 거라고 들었는데…"

지난 5일 오후 7시30분께 수원시 권선구 한 오피스텔 앞. 해가 저문 어둑한 저녁에도 주민 10여명이 인근 야외공간에 모여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군가는 다급히 주변인에게 전화를 돌리고, 골목 한쪽에서는 연신 담배만 태우며 허공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모인 건 전날 일부 세대에 우편물로 전달된 '임의경매 예고장' 때문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레 경매 통보를 받은 이웃들이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 세입자 이모(20대·여)씨는 "아직 계약 만기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단 걱정이 앞서서 일단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 오피스텔은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신고가 속출하고 있는 임대인 A씨 일가족이 소유한 건물 중 하나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주인 A씨는 이곳 전체 42가구 중 21가구를 담보로 은행에서 31억여원을 대출받았는데, 대출금 이자가 연체되면서 전날 해당 세대들이 강제로 매각될 거란 통보가 전달된 상황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세입자들은 연체금 납부기한인 오는 10일 전까지 A씨의 얘기를 들어보려 하지만, 잠적한 그는 아무런 회신이 없는 상태다.

은행 대출금 이자 연체 매각 통보
권선구 일부 주택 이미 압류 상태

경매예고를 넘어 실제 압류 상태인 곳도 있었다. 다음 날인 6일 오후 찾은 권선구의 또 다른 다세대주택은 전체 32가구 중 10가구가 권선구청 세무과에 압류된 상태다. 권선구청 관계자는 "A씨가 지방세 등 1천70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지난 6월 A씨 소유 재산인 해당 세대들을 압류했다"고 했다.

이곳의 세입자들은 A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그와 계약을 부추긴 공인중개사들까지 같은 일당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만난 세입자 김모(40대·여)씨는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한 달 전부터 A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현재 묵시적 갱신상태"라면서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는 'A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했는데, A씨의 사기 의심 정황이 알려지던 때에도 새 계약을 중개해주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고 했다.



A씨 일가족은 수원뿐만 아니라 화성, 용인에 소재를 둔 부동산 법인만 10여곳 넘게 운영(10월 7일 인터넷 보도)하는 것으로 파악돼,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 규모도 막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원지역의 피해 추정 세입자들이 자체 추산한 A씨 소유 오피스텔만 540여가구에 달한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화성시의 한 A씨 법인 소유 다세대주택에서 은행의 임의경매 예고장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피해가 추정되는 A씨 일가족 소유 건물 세입자 300여명은 SNS를 통해 모여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집단적인 법적 대응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권선구 압류 다세대주택 세입자 22명은 A씨를 상대로 집단 소송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세입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이평 양정은 변호사는 "현재 수임한 사건의 피해액만 최소 30여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A씨 소유 법인을 비롯해 공범 가능성이 있는 공인중개사도 소송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김지원 수습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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