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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임원이 성희롱 했는데 “격려 차원 손짓”이라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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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평 댓글 0건 조회 363회 작성일 22-12-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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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9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시행을 맞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성희롱 방치, 성차별 신고하세요’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이날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방치하거나 고용상 성차별을 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 결혼정보회사에 재직 중인 ㄱ씨는 2020년 1월 말 회사 사무실에서 임원 ㄴ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어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게 됐다”고 말한 ㄱ씨에게 ㄴ씨는 “암은 가족력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하며 피해자 신체 일부를 접촉한 것이다. ㄴ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내민 손이 피해자 어깨에 닿았고,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물러서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피해 신체 부위가 어깨가 아니라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ㄴ씨가 주장한 ‘피해자다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요구한 합의금을 주지 않아 피해자가 고소한 것’이라며 무고의 동기가 있다는 ㄴ씨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ㄴ씨에게 합의금을 먼저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ㄱ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는 사건을 인지한 2020년 2월 초 ㄴ씨에게 경고 조치를 하고 ‘향후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행동에 조심하겠다’는 확약서를 쓰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회사 설립 이래 이 사건 전까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경고를 하고 확약서를 쓰도록 한 것이 결코 가벼운 조처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신 안정이 필요하다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피해자에게 휴가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관서 판단은 달랐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게 해야 할 조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지방고용노동청은 “회사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며 “징계 등의 조치를 할 것을 시정 지시했으나 불응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ㄴ씨는 지금도 기존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쪽의 이런 조처에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는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린 뒤로 2차 피해도 봤다는 입장이다. 한 회사 임원은 2020년 2월 초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회사가 어떤 걸 해주면 이 일이 끝나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결국은 피해 보상을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회사가 피해자로부터 산업재해 신청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낸 보험가입자 확인서를 보면, ‘신청인의 재해 사실을 인정하는지’를 묻는 항목에 회사쪽은 “확인한 바로는 대화 도중 격려 차원의 손짓이 우연히 특정 신체 부위를 스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이런 회사쪽 설명과 달리 ㄴ씨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해당 지방고용노동청은 “가해자의 행위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으로 볼 수 있고, 가해자가 피해를 발생시킬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지라도 피해자가 충분히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 노동권을 침해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0월 전국 19살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젠더폭력 특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응답자(162명)에게 피해로 인한 영향을 물었을 때(중복 응답)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응답(43.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128명) 사이에서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34.4%)는 응답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33.6%)였다.

강은희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진상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해자 의사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회사가 조사를 통해 성희롱 행위자의 가해 행위를 확인했다면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가해자를 상대로 한 조치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쪽 관계자는 “사규에 근거해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휴가를 모두 제공했다”며 “피해자가 복귀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리나 업무 등을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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